디자인은 결정의 연속, 재미디자인 어소시에이츠 백수흠 대표


한양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한 후 디자인스튜디오의 디자이너로 보리호텔, 한화 플라자 호텔, 용인 한화 리조트 리노베이션, 대림산업 주택문화관 등을 설계했다. 특히 강원도 정선의 PARK ROCHE 프로젝트를 통해 미디어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2008년부터 총 7회의 GOLDEN SCALE AWARD 수상, 2016년에는 국토교통부 장관상을 수상했으며, 2019년부터 재미디자인 어소시에이츠의 공동대표로 주거, 상업, 호텔 등 대규모 프로젝트의 건축 설계를 주로 하고 있다.



Q. 스튜디오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A. 재미디자인 어소시에이츠는 디자인을 맡고 있는 재미디자인, 건축설계가 전문인 재미건축사사무소로 이루어져 있다. 두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는 이유는 우리가 건축과 디자인을 아우르는 토탈 서비스를 타겟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재미디자인 어소시에이츠는 건축과 인테리어 시공, 사후 관리까지 가능한 스튜디오라고 할 수 있겠다. 주로 맡고 있는 프로젝트로는 주거, 상공간이 대부분인데, 대규모 건축물의 로비, 부대시설 등 대형 프로젝트의 계획/설계 부분의 업무가 많다.



Q. PARK ROCHE, INTERCONTINENTAL 호치민 등 디자인스튜디오에서 몸담고 있을 때부터 호스피탈리티 프로그램에 특화된 모습을 보여왔다. 호텔 프로젝트는 다른 분야의 작업과 어떻게 다른가?

A. 호텔 프로젝트는 대규모의 투자 금액이 발생하는 대표적인 '운영 상품'이다. 여기서 말하는 '운영 상품'이라는 것은 아파트나 주상복합같은 '분양 상품'과는 달리, 투자 이후 10년 이내에 안정적인 수익이 발생해야 하는 상품(공간)을 말한다. 때문에 호텔에서의 공간은 지속적인 세일즈의 대상으로 디자인되어야 하며, 공간을 어떻게 디자인할 것인지에 대한 개념, 접근도 다른 프로그램과 완전히 다르다. 또한, 호텔이라는 상품은 고객이 공간에 머무는 시간, 경험에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기 때문에 소비자가 지갑을 열만한 가치가 있는 공간으로 계획되어야 한다. 어떻게 보면 호텔은 건축가/디자이너가 다루는 건축물 중에서 가장 어려운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다.



Q. 호텔, 관광 산업의 전반적인 흐름에 대해서도 남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을 것 같다.

A. 오래도록 이쪽(호텔) 일을 하다 보니 몇 가지 보이는 것들이 있다. 우선, 2000년 이후 세계 호텔 산업의 메가트렌드가 바뀌었다. 그 전의 소비시장은 구매력을 갖춘 북미와 유럽인들, 아시아에서는 일본인들을 주요 타겟으로 했다면, 2000년을 지나면서 아시아 등 비유럽권 국가의 경제성장이 비약적으로 빨라지며 아시아 소비자들이 새로운 소비시장의 타겟으로 안착했다. 이로 인해 새로운 소비시장을 타겟팅한 호텔 산업의 트렌드도 변화하고 있으며, 특히 아시아의 문화, 정서에 대한 가치도 새롭게 해석되고 있다. 또 한 가지 주목할만한 점은 콘셉트의 변화다. 과거에는 여행자들이 도시를 떠나 휴양지의 호텔을 즐겨 찾았다면, 최근에는 휴양지의 콘셉트가 집중화되고 복잡한 도시 안으로 들어오고 있다는 것이다. Aman, Andaz, Banyan Tree 등의 호텔 브랜드가 최근 몇 년간 오픈하고 있는 지점들을 보면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호텔의 레스토랑 등 F&B 시설이 도심 내 주변 상권과 경쟁을 하게 되며 더욱 경쟁력을 갖추게 되고, 운영사 또한 더욱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는 것도 주목할만한 변화라 할 수 있겠다.



Q. 호텔 못지않게 주거 공간 작업도 많이 해왔다. 백수흠 소장이 주거 공간을 어떻게 디자인하는지 궁금하다.

A. 사실 주거 공간 프로젝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떻게 디자인을 할 것인가' 보다, '어떻게 비울 것인가'에 대한 부분이다. 때문에 나는 하나의 주거 프로젝트를 맡으면 70% 정도로 공간을 채우고, 나머지 공간, 주요한 가구들은 건축주가 채워 나가도록 유도한다. 공간을 채운다는 개념은 어떻게 보면 삶의 질적인 부분에서의 이야기이고, 우리의 일상을 채우고, 우리의 생활 패턴을 만들어내는 많은 것들은 가구라고 볼 수 있다. 우리가 하루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서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지를 살펴보면, 어떤 사람은 소파에 앉아서 TV를 보고, 어떤 사람은 가족과 식탁에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눈다. 그에 대한 선택은 온전히 건축주의 몫이므로, 건축주가 본인의 라이프스타일, 생활 패턴을 고려해서 직접 공간을 채워 나가도록 유도하고 있다.



Q. 공간과 디자인에서 가장 중시하는 것이 있다면?

A.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A-B-C-D, 분석(Analysis)-예산 설정(Budget)-콘셉트 도출(Concept)-디자인(Design)의 프로세스다. 보통 프로젝트를 맡으면 디자인에 가장 포커싱을 많이 맞추곤 하는데, 사실은 그 전 A, B, C 단계에서 모든 것들이 결정된다. 분석(Analysis)은 전체 프로세스의 핵심으로, 이 과정이 제일 길다. 프로젝트의 사이트 주변에는 무엇이 있는지, 클라이언트는 어떤 공간을 원하는지 분석이 필요하다. 그런데 대부분의 클라이언트는 본인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에 대한 분석이 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이런 경우에는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분석을 통해 찾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성공적인 프로젝트의 첫 단계라 할 수 있다. 이런 분석을 통해 B, 예산(Budget)의 규모를 설정한다. 그 다음에 C, 콘셉트(Concept)를 잡고 D, 디자인(Design)을 해나가는 일련의 과정을 나는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디자인은 결정의 연속이다. 앞서 언급한 무수한 결정의 단계, 단계를 잘 거쳐 갔을 때 좋은 결과물이 나온다고 생각한다.

 

  데코저널 4월호 디자이너 인터뷰 - 재미디자인어소시에이츠 - 백수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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